[이슈] 대구백화점 폐업 후 4년…’적색경보’, 그림자 드리운 지역경제

향토 백화점 쇠퇴 속 대형점만 ‘나홀로 성장’…
온라인 공습·인구 감소 ‘이중고’

한때 대구 시민들의 구심점이자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향토 백화점, 대구백화점이 경영난 심화로 본점 문을 닫고 매각 절차를 밟는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대구 유통 시장의 지각 변동과 함께 지역 경제 전반에 걸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지난 3년간 대구 백화점 판매액 추이를 분석, 그 원인과 함께 대구를 넘어 경북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는 무엇인지 독자들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엇갈린 명암…대백 ‘울상’ vs 신세계 ‘미소’

대구 유통 시장은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폐업 전인 2020년 매출이 약 1,015억 원(추정치))에 그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2021년 7월 본점 폐업으로 사실상 지역 시장에서 퇴출되며, 현재 프라자점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2022년 1조 4,391억 원, 2023년 1조 4,982억 원, 2024년 1조 5,744억 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을 굳건히 지켰다. 더현대 대구점 역시 2022년 5,955억 원에서 2024년 6,072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대구 주요 백화점 연도별 매출액 (2022-2024), 대구백화점은 2021년 폐업하기 전인 2020년 약 1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형 백화점의 약진이 보인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1조 원대 매출이 눈에 띄고 더 현대백화점 대구점도 꾸준히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표에 사용된 매출액 정보는 각 백화점이 발표한 사업보고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간 유통판매현황 보고서’와 지역언론 기사에 인용된 백화점 발표를 종합, 인용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대구백화점의 몰락 원인으로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2021년 온라인 소매 판매 비중 41%, 통계청), △수도권 대형 백화점의 공격적인 명품 마케팅, △지역 인구 감소(대구 인구 2020년 243만 명→2024년 238만 명, 행정안전부), △소비 심리 위축을 지목한다.

특히 대구백화점 본점 폐업 후 4년째 방치된 동성로 본점은 주변 상권 침체를 가속화했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매일신문(2024년 3월) 인터뷰에서 “대백 본점이 운영 중이었다면 상권 시너지가 컸을 것”이라며, 대구시의 매입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여의치 않을 경우 시민 모금으로 본점을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성장 동력

신세계와 더현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는 명품 중심의 고급화 전략과 체험형 서비스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신세계 대구점은 2022년 여성 패션(34.2% 증가), 아웃도어(43.6% 증가)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역 수요를 흡수했다(신세계백화점, 2022년 실적 보고).

더현대 대구점은 2021년 개장 이후 문화 공간과 고급 레스토랑을 결합한 복합 쇼핑 경험으로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이러한 전략은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와 럭셔리 소비 증가(2023년 백화점 명품 매출 비중 32%, 유통산업연합회)를 배경으로 하며, 대형 백화점의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결과다.

반면, 대구백화점은 제한된 자본과 명품 브랜드 부족, 구형 매장 구조로 경쟁에서 밀렸다. 2000년대 초 신세계 대구점, 2021년 더현대 대구점의 진출은 지역 고객을 빼앗으며 2000년대 초 4천 억원대 이상이던 대구백화점의 매출 감소를 가속화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 넘어 경북 경제까지 ‘냉기’

대구백화점의 몰락은 대구 및 경북 지역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2024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대형소매점 매출은 4.0%, 경북은 9.7% 감소하며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대구는 경북 소비의 핵심 축으로, 동성로 상권 침체는 경북 지역민의 대구 방문 감소로 이어졌다. 이는 경북의 소매업과 외식업 매출 감소(2023년 기준 7.2%↓, 통계청)로 나타났다.

다만, 경북은 제조업(예: 포항 철강, 구미 전자)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대구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소비 부진은 제조업의 내수 수요를 억제하며 지역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한다. 대구백화점 본점 폐업은 동성로의 유동인구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지역 상권과 경북 소비자 유입에 이중 타격을 주었다.

대구백화점의 몰락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인 1조원 대 성장을 유지 중인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모습.유통 뿐 아니라 문화 공간을 조성,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누리집
위기 속 해법은…지역 상권 ‘재창조’

지역 경제학자들은 대구 백화점의 위기를 특정 기업의 어려움이 아닌, 지역 상권 전반의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인 문제의 한 단면으로 분석한다.(최재식, ‘지역 상권 쇠퇴의 원인과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지역개발학회지, 33)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특색을 반영한 상권 개발과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 조성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유경 외, 2023유통경영학회지, 28)

대구시는 동성로 본점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본점을 지역 예술가와 스타트업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거나, 대구의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테마형 쇼핑몰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이는 동성로 상권 활성화와 경북 소비자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대구시와 민간이 협력해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예: 이준호 회장의 모금 제안)를 추진, 지역 정체성을 살린 상권 재창조를 도모해야 한다.

대구백화점의 몰락은 유통업계의 양극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보여준다.

신세계와 더현대의 성장은 자본력과 고급화 전략이 시장을 지배함을 증명하며, 향토 백화점은 경쟁에서 도태됐다. 대구와 경북 경제는 소비 위축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지역 특색을 살린 상권 재창조와 차별화된 오프라인 경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구백화점의 위기는 지역 경제가 과거의 틀을 넘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시점임을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