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입니다” 거짓말에 4천만 원 날릴 뻔

경북 곳곳서 소방공무원 사칭
물품구매 사기 잇따라, 상공인 피해주의

‘소방서 요청’이라더니…확인하면 모두 거짓

“소방서에서 주문했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고가 장비를 선납품하고 대금을 떼일 뻔한 사례가 경북에서 잇따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도내에서 소방공무원 또는 소방기관을 사칭한 물품 구매 사기 시도는 5건이나 발생했다. 이들은 위조된 구매확약서를 제시하며 업체에 고가 물품을 선납품하도록 유도하는 수법을 썼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18일 영주시 한 천막업체에서 발생했다. 한 남성이 ‘소방공무원’이라며 120만 원 상당의 캐노피를 주문한 뒤, 경북소방본부 명의의 위조 확약서를 제시했다. 업체 대표는 이상함을 느끼고 직접 영주소방서를 방문해 사기임을 확인했고,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이후 같은 달 21일 경산에서는 ‘울진소방서 직원’을 사칭한 남성이 특수장갑 200켤레를 주문하며 허위 서류를 전송했다. 역시 업체 대표가 소방서에 전화해 사기를 막았다.

최근 경북에서 ‘소방서’를 사칭한 사기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미지는 위조문서 사례. 사진제공=경북도청
실제 입금까지 이뤄진 사례도

보다 심각한 건은 지난 7일 성주에서 벌어졌다. ‘성주소방서 김석환 직원’을 자처한 사기범이 방열복 20개(4,400만 원 상당)를 공사업체에 대신 구매해달라 요청했다. 업체는 의심 없이 실제 주문과 입금까지 했고, 뒤늦게 소방서에 확인한 뒤 사기임을 알게 됐다.

경주·구미 등에서도 방화복 등 고가 장비 구매를 빙자한 유사 사기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서 “민간에 대리구매 요청 절대 없다”

경북소방본부는 모든 소방기관은 민간 업체에 물품 대리구매를 요청하거나 비공식 구매확약서를 발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은 “수상한 정황이 있다면 즉시 관할 소방서에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도는 이번 사기 수법이 반복적이고 조직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찰과 공조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도민 대상 예방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일선 업체의 빠른 대처 덕에 피해는 대부분 예방됐지만, 확인 없는 신뢰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