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행정통합, 지역소멸 해법 될 수 있을까?

도청 이전 8년, 안동은 줄고 예천만 늘었다
도청은 안동에, 인구는 예천에… 경계선 너머의 인구이동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행정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소멸’과 ‘인구감소’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행정통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대구·경북 행정통합 실무단(TF)’이 첫 회의를 열었으며 10월에는 양 시·도가 정부와 공동으로 통합 추진 합의문을 발표, 2026년 7월 통합 지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공동 행보에 들어갔다.
새 통합 자치단체의 명칭은 ‘대구경북특별시’로 정해졌으며,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자치 권한을 갖춘 새로운 광역 행정 체제로의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 ‘인구구조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관점에서 행정통합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 보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이번 기사는 경북도청의 이전 이후 드러난 인구 재편 사례를 통해 향후 통합이 가져올 영향을 가늠해본다.<편집자 주>

경북도청 전경

광역 경제권 형성, 투자와 일자리 기대
과연 지역소멸로 가는 길 막을 수 있을까?

이번 행정통합 추진에는 수도권 일극화에 대응해 지역 자치권경제 규모를 키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약 500만 인구의 광역 경제권이 형성되면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유리하고, 행정 효율화로 재정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와 양 시·도는 향후 제정될 ‘대구경북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에 지방분권 강화와 주민 복리 증진을 명문화하고, 통합 자치단체가 서울특별시 수준의 자치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합의문에는 북부권 등 지역 균형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통합 후 대구·안동·포항 청사를 모두 활용한다는 방안도 담겼다.

그러나 행정통합의 긍정적인 효과, 광역 경제권이 가져올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통합만으로 지방 인구 절벽과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방은 저출생과 청년 유출로 인구 감소를 넘어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통합한다고 해서 이 흐름이 단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행정통합이라는 ‘큰 그릇’이 과연 인구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도청 이전 이후 안동 변화 사례
지역 불균형이 주변 중소도시 공동화 일으킬 수 있어
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들…통합하면 해결?

2016년 경북도청의 예천 신도시 이전 사례는 행정통합의 효과와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행정기관 이전, 통합 등이 인구를 증가시킬 것으로 기대되지만, 예천의 인구증가는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2016년 이후 안동의 인구는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 특히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2천 여명 이상이 감소했다. 그래프=안동시청 누리집 자료 발췌

아이러니하게도, 경북도청은 행정구역상 안동시에 있지만, 도청 신도시의 주거지와 생활 인프라는 대부분 예천군에 속해 있다. 도청은 안동에 들어섰지만, 그로 인해 인구가 늘어난 곳은 예천이었다. 행정은 안동에 있고, 생활은 예천에 있는 구조.
덕분에 예천군의 인구는 증가한 반면 인근 안동시 등 주변 지역 인구는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안동시 전체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2015년 말 약 16만9천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15만2,935명으로 줄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연간 2천 명 이상이 감소해 온 것이다. 지역 인구 감소 추세에 도청 소재지 이전으로 인한 영향이 더해진 결과다. 반면 예천군 인구는 약 1만 명 늘어 5만5천 명을 넘었다.(안동시청 누리집 참조)

당시 예천군은 도청 이전으로 인한 신도시 효과로 도청 이전 3년 만에 인구가 6배 이상 폭증했고 해당 호명면은 읍으로 승격했다. 도청 이전으로 인구가 늘어난 것이지만, 당시 지역언론 기사를 보면 도청 이전이 새 인구유입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주변 시군 인구가 단순 이동한 것일 뿐이란 해석을 내놨다. 안동 구도심에서는 아파트 공실 증가 같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대구대학교 임석회 교수한국지역지리학회지에 발표한 학술저널 ‘경북도청의 이전 효과 분석’에서 “신도시 발전이 인근 지역 인구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결국 안동의 사례는 행정기관 이전이나 행정구역 통합만으로 인구 유출과 지역소멸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물리적 통합이 곧 인구 유입이나 지역 활력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앞선 조사 내용에서 보듯, 예천 신도시에 유입된 인구 상당수는 안동, 문경, 영주 등 인접 지역 주민들이었고, 그만큼 주변 도시는 인구를 잃었다.
‘이동한 인구’는 있었지만, ‘늘어난 인구’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는 인구 문제의 본질이 ‘삶의 조건’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자리, 교육, 의료, 주거 등 실질적인 정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행정의 외형적 변화만으로는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행정통합은 지역 발전의 전제가 아니라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그 효과는 이후 어떤 정책과 투자가 동반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통합 이후 대구·안동·포항 청사를 모두 활용하겠다는 계획, 북부권 균형발전 구상 등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이 인구와 삶의 무게중심을 지방으로 돌리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